유월절(踰越節, Passover). 이 절기를 지켜야 구원 받는다고, 하나님의교회 성도들은 다들 그렇게 이야기한다. 유월절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데에는 대단한 시간적 소요도 노력도 필요치 않지만, 그 안에는 하나님께서 구원의 약속을 담아두셨다고 한다. 요즘 흔히들 쓰는 말인 '가성비'에 빗대 볼 때, 자신의 시간과 노력은 거의 들이지 않으면서 구원의 약속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극강의 '가성비 갑'이라 할 만 하다.
그런데 기성 기독교인들은 또다시 이 지점에서 의문을 갖는다. 아니. 비단 기독교인들이 아니어도 의문을 가질 만한 지점이기는 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데, 너무 큰 대가를 얻는 것에 반해 그에 따르는 수고가 너무나 빈약하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도 비기독교인들과 기성 기독교인들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유월절 지켜서 영생 얻는다는 논리에 대해 비기독교인들은 '상식적 추론에 의한 합리적 의심'을 근거로 삼지만, 기성 기독교인들은 '성경구절'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앞선 포스트에서도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 기성 기독교인들이 유월절 교리를 반대하는 두 가지의 큰 근거가 바로 '믿음'과 '은혜'다. 구원이란 믿음으로, 은혜로 받는 것이지 유월절이라는 '율법'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믿음에 대한 반론은 아래 배너에 링크된 포스트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본 포스트에서는 '은혜'라는 말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오해에 대해 다뤄보겠다.
Part 1.
유월절 vs 은혜의 구원
지난 포스트에서도 그랬듯 "은혜로 구원을 받았다"는 논리가 생겨난 데도 다 이유가 있다. 실제로 구원이 은혜로 말미암는다는 구절은 성경에 꽤 있다. 하지만 그 다양한 구절을 전체적으로 다 반박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은혜'라는 개념에 대해 먼저 이해하고서 다양한 구절들을 차근차근 살펴보고자 하는데, '은혜'의 근본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 구절을 인용하자면 아래와 같다.
성경에는, 특히 신약성경에는 '은혜'에 대한 다양한 말씀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 '은혜'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그 물음에 대해 많은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의 희생이 곧 은혜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 말이 맞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당하신 희생이 곧 은혜다. 그런데 이 은혜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바로 '믿음'이다. 은혜를 베풀어주셨다는 사실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그 은헤는 무효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은혜를 믿는 사람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여기서부터는 지난번에 다뤘던 주제와 매우 흡사해진다.
Part 2.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은혜'는 틀렸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희생해주신 것이 은혜고 그 사실을 믿는 것이 믿음인 것까지는 맞지만, "그 은혜를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는 논리는 틀렸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희생을 단순히 믿는다고 말로만 시인하면 구원을 얻는 것인가? 정작 은혜를 베풀어주신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셨다. 예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신 방식은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이며, 당신의 1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방식은 바로 '유월절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것'이다 2. 그냥 십자가에 달리신 것 자체로 은혜가 아니고, 십자가 희생을 통해 유월절이라는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것이 바로 은혜다. 정리하자면 '은혜를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그 은혜의 방식인 유월절을 믿고 지켜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에베소서의 맥락도 이와 같다. 앞서 살펴본 에베소서 1장 7절에서는 '그(예수님)의 피로 말미암아 구속(구원)을 받는다'고 기록되었는데, 바로 다음 장에서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는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3. 이는 무슨 뜻일까? 무작정 "믿는다"며 뻗댄다고 구원받는 게 아니라, 예수님의 피흘리심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피를 흘리심으로 세워주신 언약은 유월절이다. 이처럼 예수님께서 정해주신 은혜의 방식과, 사도 바울이 제시한 구원의 기준은 전혀 상충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자신의 기준에서 은혜를 판단하지 말고, 예수님과 초대교회 선지자들이 제시해 주신 은혜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혜로 거저 주셨으니 아무것도 안 하고 믿기만 하면 구원을 얻는다? 그런 은혜는 성경에 없다.
Part 2-1.
구원은 행위로 말미암지 않는다?
강력한 어조로 단락을 마무리한 만큼 반론에 대해서도 다뤄줘야 균형이 맞을 것 같은데, 사실 위에 언급한 에베소서 2장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치 못하게 함이니라 (에베소서 2:8~9)
혹자는 "행위로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했는데, 왜 유월절이라는 행위를 그토록 강조하는가?"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행위'라는 것도 기준점을 누구에게 두느냐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당연히 자신의 힘으로 구원을 얻고자 이런저런 행위를 시도해서는 구원에 이를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구원의 방법까지 '행위'로 정의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더불어 첨언하자면 행위로 인한 구원을 허락지 않으시는 이유는 '누구든지 자랑치 못하게 함'이라 했는데,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방법을 통해 구원을 얻었다고 자신을 내세우며 자랑할 사람은 상식적으로 없을 것이다. 언제나 자기중심적으로 성경을 바라보면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나기 마련이다.
Part 2-2.
은혜는 행위로 말미암지 않는다?
로마서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등장하는데, 사실 논리는 비슷하지만 한번 살펴는 보자.
만일 은혜로 된 것이면 행위로 말미암지 않음이니 그렇지 않으면 은혜가 은혜되지 못하느니라 (로마서 11:6)
앞서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어떤 누군가가 자신의 노력으로 구원을 이루었다면 이는 '은혜를 받았다'라고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구절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은혜 자체가 어떤 행위로도 말미암지 않는다는 내용이 아니다. 제발 자기중심적인 성경 해석은 그만 접어두었으면 한다.
Part 3.
유월절, 값 없이 주신 구원의 은혜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당신은 불치병에 걸린 환자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병이다. 그런데 그 병을 어떤 의사가 낫게 해주겠다고 한다. 큰 수술도 아니고, 방사선 치료도 아니고 그냥 알약 하나만 먹으면 된다고 한다. 의심스러웠지만 의사는 계속해서 당신을 설득한다. 이 약만 먹으면 당신은 분명 낫는다고. 그래서 당신은 그 말을 믿고 알약을 먹기로 한다. 이게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믿음'의 개념이다. 그냥 믿기만 하고 먹지를 않았다면 알약의 효과가 있었겠는가?
또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당신은 앞서 불치병에 걸린 환자였지만, 의사가 준 알약을 먹고 정말로 병이 완전히 나았다. 그런데 당신은 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 신묘한 약이라면 도대체 얼마나 비쌀까? 그런데 의사는 이야기한다. 돈 안 받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게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은혜'의 개념이다. 마땅히 치뤄야 할 값을 대신 치뤄주었으니 이것이 은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유월절은 값 없이 주신 구원의 은혜다. 믿고 지키기만 하면 구원의 약속을 받는다. 오늘날 세상에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존재하지만 예수님의 피 흘리신 은혜를 어떻게 힘 입는지 알지 못하고 유월절 그 소중함은 더더욱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성경을 몇십 번씩 통독한들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인가? 이런 것이야말로 행위로 구원을 얻으려는 모습이 아닌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은혜와 믿음의 개념에 대해서, 너무도 완벽한 한 문장으로 정의해주신 영적 의사이시자 우리들의 구원자이신 안상홍님의 말씀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문장을 보고 느끼는 바가 많았으면 한다.
성경을 연구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그리스도의 보혈의 피가 나에게 어떠한 은혜로 역사하여 어떠한 방법으로 영생을 줄 것인가를 깨닫는 데 있는 것입니다. (모세의 율법과 그리스도의 율법 서문, 안상홍님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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